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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1999
    지성/영화 2015. 10. 19. 00:19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1999

       그저 나를 담아내고 마는 또 다른 그릇, 타자타자로서의 삶이 의심할 여지 없는 바람이며 심지어 현실이 되는 세계는 많은 일이 일어나는 한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존 말코비치가 되는 통로 그 앞으로 끊이지 않는 인파처럼 타자가 되고자하는 호기심, 그 욕망은 끝이 없다. 그런데 그저 거기에 그치는 것이 진정 타자가 되어보는 것일지 모른다. 이를테면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그 통로를 거치고 그 경험을 안내해준 크레이그를 고맙다고 얼싸안은 그 아저씨는 그나마 타자로서 말코비치가 되는데 그친 인물 중 하나이다.

    "온갖 철학적인 질문이 제기된다고, 자아의 성질과 영혼의 실존 말이야. 내가 과연 나일까? 말코비치가 말코비치일까?……앞으로 어떻게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주인공 크레이그는 말코비치가 되는 그 통로를 발견하고서 맥신에게 대뜸 이렇게 묻는다. 맥신이 곧장 7과 1/2층 창 밖을 쉬이 가리키는 것을 보아하니 그러니까 크레이그의 이 물음은 시답지 않다. 그 놀라운 발견 뒤에 말코비치가 되는 그 경험을, 회당 200달러에 판매하는 사업수단으로 사용할 뿐이니까. 자신이 통로를 통해 말코비치가 되는 행위를 가지고 내가 나일까 말코비치가 말코비치일까, 하는 질문은 사실 얼토당토하지  않다. '내'가 '타자'가 되는 과정은 당장 나와 타자를 구분하고 있고, 고로 '타자'가 된 '나'가 정말 타자인가? 그대로 나는 아닌가? 하는 질문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타자에 대한 갖가지 욕망이 드러나는 이 영화는 결국 욕망에 방점이 찍힌 듯 아이러니하게도 나로부터 그리고 나에게서 끝난다. 나로 점철된 맥신. 말코비치를 사랑하게 된 맥신과 사랑하기 위해 말코비치가 되는 크레이그, 그는 말코비치가 되어서 자신의 못다한 유명 덜미꾼의 꿈을 이룬다. 그래 제 꿈을. 크레이그 부인 라티는 말코비치가 되어봄으로써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깨닫고 맥신에 대한 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말코비치가 되려 한다. 레스터 박사는 심지어 죽지 않고 제 삶을 이어가기 위한 용도로 말코비치가 되고자 하는데, 그는 그러니까 이미 전적이 있는 머틴 선장이었지 않은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존 말코비치, 존 말코비치 그는 말코비치가 되는 그 통로로 스스로 들어갔을 때, 말코비치로 가득찬 세상을 맞닥뜨린다. 그러나 영화 속 타인들의 '타자'로 지명되었던 말코비치는 이 수많은 나 중 하나가 되지 못하고 사라진다. 영화 속 유일한 '타자'는 수많은 '나'를 만나고 그렇게 사라진다.

       타자가 되고자 하는 인간적 욕망 그러나 결국은 나로 머물지 밖에 못하는 그 한계. 타자를 상정한 욕망조차 나, 나 그리고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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